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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주희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자기야 사랑인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걸 이젠 알겠니~"라고 한 소절만 들려주면 "아 그 트로트 가수"라며 무릎을 탁 친다. 박주희는 그런 가수다. 외모가 중요하고, 소속사의 규모가 중요한 시대에 '노래'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 면에서 박주희는 데뷔와 은퇴가 동시에 진행되고, 일주일 만에 뜨지 못하면 신곡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시대에 몇안되는 '진짜 가수'인 셈이다.


그녀를 있게 한 건 8할이 2005년 발표한 히트곡 '자기야'다. 지금까지 트로트 가수 박주희가 전국을 누빌 수 있는 힘이다. 사실 아직도 '자기야'만 부르면 밥줄이 끊길 염려는 없다. 아직도 전국의 수많은 행사장에서 박주희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초대 손님이다. 방송 출연이 많지 않아, 노래가 빨리 소모되지 않은 점도 '자기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됐다.


그런 박주희가 최근 물질적, 정신적으로 최선을 다한 정규 4집을 발표했다. 트로트 앨범이지만 제작비가 꽤 들어갔다. 함춘호·강수호 등 최고의 세션맨과 작업했다. 타이틀곡은 '자기야' 만큼의 중독성이 느껴지는 '오빠야'다. '오빠를 향한 순수하고 달콤한 사랑'을 표현한 곡으로 한 번 들으며 귀에 남는 후렴구가 포인트. 히트곡 제조기인 이호섭 작곡가의 아들인 이채운이 썼다. 수록곡 또한 제2의 타이틀곡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박주희는 "한 곡 한 곡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인기 트로트 가수로 10년을 보낸 뒤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점쳐 볼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자기야'에 이어 '오빠야'가 박주희가 묵묵히 걷는 '진짜 가수'의 길에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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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자기야'를 발표한 뒤 굉장히 오래간만이다.

"아무래도 '자기야'가 인기가 있으니까. 그게 원인이다. 다른 앨범을 내야할 필요성이 없었다. 어쩌면 그 기간 내내 준비한 앨범이 이번에 나왔다."



-새 앨범은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든다. 이제 노래를 10년 했다. 그 기간을 정리한 앨범이 나온 것 같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투자한 앨범이다. 앨범 5장을 몰아 낸 기분이다. 한 곡 한 곡을 타이틀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같이 작업한 분들도 10년 만에 이런 앨범을 처음낸 거 같다고 하더라. 이런 작업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는 말에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앨범을 소개 하자면.

"박주희의 혼이 담긴 앨범이다. 정성이 담겼다. CD가 팔리지 않는 현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면 잘 나갈 거라는 고집이 있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CD를 사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한 앨범이기에 많이 팔고 싶다. 팬카페에 가면 팬들이 한 곡 한 곡에 대한 느낌을 다 적어놓았는데 그럴 때 앨범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야' 외에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수록곡인 '사랑의 아리랑'이다. 직접 작사를 했다. 2~3년 전에 중국의 동북공정에 항의하며 길거리에서 아리랑을 부른 적이 있다. 시민단체가 항의 서명을 받을 때 내가 옆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몇일간 그 운동을 하면서 아리랑을 다시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한'이라는 키워드와는 다른 해석을 하고 싶었다. 한 번은 전세계 작곡가들이 아리랑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꼽은 걸 봤다. 또 아리랑이 '내 자신을 깨닫고 즐거움을 표현한 곡'이라는 해석도 여운이 남았다. 나 역시 그런 해석으로 슬픔보단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느낌의 가삿말을 붙였다."



-히트곡 '자기야'를 수천번은 불렀을 텐데, 솔직히 이젠 지겹지 않나.

"전혀 아니다. 아직도 전주만 나오면 신이 난다. 내가 그런 기분이라서, 대중도 아직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체력적으로 피곤할 때도 있는데 전주만 나오면 점프를 뛰기 시작한다. 나중에 출연 영상을 보면 전주에서부터 내가 댄서들과 공중부양을 하는 거다. 이게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신나야 관객들도 미치는 거다."



-'자기야'는 알아도, 박주희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런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근데 어르신들이 공연장에서 나를 만나면 굉장히 반겨준다. 아 이 사람이 박주희구나 하는 거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인기에는 한결 여유로워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가 교감할 수 있는 무대도 많아지니까. 전 국민이 아는 노래를 갖고 있다는건 행운이다. 아이돌은 누구나 다 알지만 무슨 노래를 부른지는 잘 모르니까. 서로 장단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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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이 빅히트 하면, 다음곡들은 비교 당하기 마련이다.

"굳이 ‘자기야’를 뛰어넘어야지라는 생각은 안 한다. 한 곡이 히트를 하면, 내 경험상 다음에 어떤 곡을 불러도 좋아해주시더라. '자기야'는 평생 동안 안고 가는 곡이다. 아마 그 이상의 곡이 나와도 '자기야'는 나에게 든든한 보험이 될거다."



-적은 나이가 아닌데, 미혼이다.

"아무도 나에게 대시를 하지 않는다. 다들 있을거라고 생각하나보다. '자기야'를 부르면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심지어 팬조차 내게 쉽게 접근하지 못할 정도다. 공연만 끝나면 '언니 갈게요'하고 휙 돌아선다. 근데 '오빠야'를 부르면 좀 달라질 거 같다. '오빠 없으면 못 산다'는 순정적인 내용이니까. 최근에 무대 위에서 애교를 부려서인지 귀엽다는 말도 들어봤다. 하하."



-행사를 다니다보면 유별난 팬들도 많을 것 같다.

"아주 많다. 매 공연마다 그런 분들이 있다. 몇몇 어르신들은 방어벽을 뚫고 무대 위까지 올라온다. 그럴 땐 같이 춤을 춰 드리는게 낳다. 마이크만 뺏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얼마 전에는 무대 위로 휴대폰을 들고 와서 찍어달라고 하는 거다. 근데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여차하면 내가 무대 아래로 내려간다. 지역별 특색도 있다. '오빠야'가 경상도 사투리다 보니, 항상 경상도 행사에서 격한 반응이 나온다. 내가 광주 출신인데 이젠 경상도 사투리를 더 맛깔나게 쓸 정도가 됐다. 충청도 행사를 가면 박수가 1초씩 느리다. 하하."



-박주희하면 행사비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실질적으로 엄청나게 번는건 아니지만 365일 꾸준하게 일은 하고 있다. 트로트가수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다. 아이돌은 아무래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유대를 쌓기 힘들다. 대신 우리는 손도 잡아드리고 노래도 같이 부르니 현장 반응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트로트가수가 왜 반짝이를 입는지 아나. 어르신들 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대가 현란하지 않은 이유는 어르신들이 어지러워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일단 다르다는 말이다."



-본인을 장윤정과 비교한다면.

"트로트는 누구 한 명만 잘해서 되는게 아니다. 장윤정이 잘 됐을 때 트로트의 격이 올라갔다. 트로트 가수 한 명 설 무대에 두 명 서게 되는 거다. 그래서인지 선배님들도 내게 '네가 잘되야 해, 넌 젊으니까 옷도 좀 짧게 입고 어떻게 좀 해봐'라고 한다. 잘하라고 격려해주시는 거다. 나도 그렇다. 장윤정도 더 잘됐으면 하고 홍진영도 잘됐으면 좋겠다. 트로트는 절대 혼자 잘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트로트 잘 부르는 법을 알고 싶다.

"트로트는 사실 악보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야기하는 것처럼 부르는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곡의 감성을 그대로 느껴야하는 거다. 곡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감성을 살려 불렀을 때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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